본문 바로가기
Caribbean Cruise/2006 Star Princess (Western)

'06 Star Princess (15) Day 5...Ruined our day....

by fairyhee 2011. 8. 18.



방으로 돌아오는 길....유독개스의 냄새가 아직도 진했다.
캐빈 300번대부터 500번대까지는 firewall(방화벽)으로 막혀있어서 우리가 볼 수가 없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휴...안도의 한숨...다행스럽게도 우리 방은 조금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냄새도 그다지 나지 않았고 불의 흔적도 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다행이야...하지만, 방안에 놓여진 꽃을 보니 더욱 서글퍼졌다. 오늘 아침 우리는 발코니에서 샴페인 Breakfast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새벽에 일어난 불로 그게 없어진 건 당연한 거지. 왜 하필이면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발코니에 나가서 찍은 사진. 발코니를 열면 냄새가 지독하다. 하지만, 그 지독한 냄새보다도 더 끔찍한건 잔해들. 300번대부터 500번대 짝수번호의 캐빈이 Deck 8부터 Deck 14까지 타버렸다. 또한 발코니는 45도 경사로 기울어져 아찔했던 상태.


데미지를 입은 캐빈의 승객들은 오늘 중으로 배에서 내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당장 머무를 곳이 없는데 배 안에 둘 수도 없겠지. 현재 상태로는 크루즈가 계속될지 캔슬이 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으로는 나 역시 별로 배위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은데...어쨌거나 짝수넘버의 캐빈 300, 400, 500번대 승객들은 모두 체크아웃을 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Purser's Desk엘 갔다. 새로운 정보를 듣고 싶어서였다. 새소식이 왔다.
더 이상 크루즈를 계속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당연하지. 120개나 탔는데, 어떻게 계속하려고..그래서 오늘 내일 중으로 승객들을 전부 내보내야 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결정했다. 그래..이왕 나갈거면 오늘 나가자구. 더이상 개스냄새나는 이 곳에 머물고 싶지 않다. 그대로 방에 올라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도 나가게 해 달라고 그들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사람이 허락하면 다른 사람은 안된다고 했다. 백가지 같은 질문을 하면 백가지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비상시 화재진압에는 탁월했던 그들이 마침내 행정적인 일에서는 무방비상태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마침내 우리는 배에서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배를 떠난 뒤 몇시간 후, 에어컨이 고장났으며 TV도 나오지 않아 배 측에서도 더 이상 승객들을 수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짜식들..그럴거면 진작에 내 보내 줄 것이지 괜히 질질 시간만 끌어가지고....

배에서 나오니 자마이카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Welcome to Jamaica.'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그들의 환영인사가 반갑지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은데, 분명 자마이카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가 꽤 있다는 걸 아는데, 왜 지금 우리가 이 곳의 리조트에 묵어야 하는건지...우선은 크루즈측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기에 일단 우리는 배에서 내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이 버스? 기억 하시남? 한국에서 어릴적 타던 봉고 -.- 꼭 그렇게 생겼다. 그걸 타고 Ocho Rio(?)로 떠났다. 완전 난민의 행렬이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