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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ibbean Cruise/2006 Star Princess (Western)

'06 Star Princess (13) Day 5...We got a FIRE!!!

by fairyhee 2011. 8. 18.



단잠을 자고 있던 그때 우리의 4주년 결혼 기념일인 3월 23일 새벽 3시 15분.
삡! 하는 짧은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뭘까? 오늘 오전에 crew들이 emergency drill 연습이 있다던데 그걸 벌써 하는건 아닐테고. 뭘까? 아무일 아니겠지. 승객들이 muster station으로 움직여야 할때는 7번의 짧은 알람과 마지막 8번째의 긴 알람이 울린다고 했는데, 그런게 들리지 않잖아. 하지만, 나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주섬주섬 일어날 채비를 하는 동안 그가 데스크에 전화를 했다.
'What happen?'
'Go to muster station with your life-jacket NOW!'
전화를 끊고 나갈 준비를 하며 발코니 윈도우를 열어보았다. 오마이갓....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통과 재들이 날아들고 있었다. 재빨리 윈도우를 닫고 나는 라이프자켓을, 그는 금고에 있던 여권과 지갑을 챙겨들고 나갔다. 연습할때는 따뜻한 옷을 입고 운동화 신고 머리를 보호할 만한 것을 가져오라했는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복도로 나가니 많은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이미 챙길것을 챙긴 우리는 그대로 Deck 7의 muster station으로 내려갔다.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우리는 General Emergency Stations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이렇게 늦게 방송이 되다니...그것도 아주 차분한 어조로 -.- . 차라리 'fire! fire!' 가 낫지 않았을까..



Muster station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몇개 남지 않은 소파를 발견하고 얼른 우리도 자리를 잡았다. 이미 crew들은 비상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각 muster station의 캡틴들은 신원파악에 분주했으며 second captain은 사람들을 다독이며 안정시키는 중이었다.

놀랍게도 아무런 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차분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조용히 캡틴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나타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불이 난거 같긴 한데 어떻게 된거지.....자리에 앉아서 막연한 불안함이 우릴 엄습했다. 자꾸 입술이 말랐다. 물을 마셔도 바짝바짝 타오르는 입술...배를 버려야 하는걸까? 낮에 탔던 그 보트에 올라야 하는건가...이거 완전 타이타닉이잖아....



잠시후, 불길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길이 완전히 잡힌건 아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조금씩 생기가 돌아오고 주변 사람들과 얘기할만한 여유도 생긴 듯했다. 우리는 우리보다 일찍와서 앉아있던 커플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불은 Deck 10 400번대 초반에서 일어난 듯 싶었다. 그들은 interior cabin이었는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자고있던 그들의 캐빈을 crew가 두드려서 깼다고 한다. 이미 그때는 두개의 호스가 물을 뿜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들은 아무것도 챙길 시간조차 없이 그대로 쫓겨 이 곳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아주 급박한 상황 그대로였다. 또다른 이들은 발코니 윈도우가 깨지는 소리에 놀라 깼다고 한다. 우리는? 짧은 알람 소리에 깼지만, 그건 너무 늦었던 상황 아니었을까? 우리는 재빨리 알람에 반응했지만, 이미 그때는 초기 상황이 아니었단 생각이 들었다. 아찔함......

그때....창밖의 구조보트가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또한 우리가 있는 Deck 7에서 crew들이 호스를 들고 윗쪽을 향해 물을 뿜을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불이 번지고 있단 소리였다. Crew들이 바쁘게 비상계단을 통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자꾸만 불안해져갔다. Star Princess의 시설은 아주 훌륭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또한 crew들은 자신의 몫을 아주 훌륭히 해내고 있었지만 불안한건 어쩔 수가 없었다.

Crew들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각각의 Exit마다 그리고 각층의 계단마다 위치해서 승객들이 혼동하지 않고 자신의 대피소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체계가 아주 잘 잡혀있어서 절대 헤매이는 사람이 나올 수가 없을 정도이다. 또한 Muster station의 경우에도 승객들 사이사이에 crew들을 배치하여 그때그때 승객들의 요구사항이 들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지루한 시간이 흘러갔다.
종종 캡틴의 update이 있었지만, 크게 달라진건 없었다. 여전히 불길을 잡고 있다는, 더 이상의 번짐은 없고 차츰 불길이 줄어들고 있다는..긴장이 풀어진걸까.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근처의 crew에게 말했더니, 그녀가 화장실까지 데려다 준다. 그녀는 내가 볼일 보고 나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나를 제자리로 데려다 주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muster station에서 나온 순간, 너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우리는 일찍 왔기에 소파에라도 앉아있을 수 있지만, 늦게 온 이들은 그냥 아무렇게나 바닥에 앉아 혹은 누워있었다. 정말 난민소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다들 차분했다. 또한 Princess Line의 특성상 어린아이들이 별로 없기에 애들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 애들이 있더라도 얌전히 부모와 함께 있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자리로 돌아오니, 다시 캡틴의 update이 있었다. 불을 완전히 껐다고 했다. 이제부터는 캐빈마다 돌아보며 혹시라도 남은 불씨가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환호성과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다행스러워했다. 이젠 사람들이 조금씩 웃을 여유까지도 생겼다. 그때 시각은 새벽 6시.

마침내 우리도 웃을 여유가 생겼다. 그제서야 두고온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
오...나의 드레스들...내 보석들...다 타버렸으면 어떻하지? 그는 괜찮다고 한다. 다시 사면 되지.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있는데...랩탑도 두고 왔고, 카메라도 놓고 왔는데, 다 타버렸으면 어떻하지...그런 사치스런 -.- 걱정을 하며 들고 나온 가방을 보는 순간 음하하~ 카메라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V 그 상황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오다니 우리는 역시 대단해...ㅋㅋ ^^






http://princessshutter.com/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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