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Snow Storm
눈없는 겨울이 섭한걸 아는지 올해 첫 폭설이 내리던 날.
며칠전부터 뉴스에서 하도 거대한 눈구름이 온다길래 이번엔 얼마나 뻥을 치려고 그러냐 이랬었다.
뻥이건 말건 어쨌거나 만약의 일에 대비해 준비는 해둬야 하기에
일찌감치 물 사다놓고 차 두대에 기름 빵빵하게 채워넣고 나니 더 준비할게 없었다.
원래 어느정도 쌓아놓고 사는데다 부르스타 연료 있고 발전기도 있고 케로신 난로에 제설기에 눈삽, 소금까지.
눈오기 전날까지만 해도 DC, 메릴랜드, 버지니아 쪽의 기록적인 폭설이 예상되었지
뉴욕 뉴저지 쪽은 적당한(?) 8에서 10인치 정도의 눈이 내릴 거라 예상했었다.
8에서 10인치 정도의 눈이라.....좋지~! ^^ (매년 폭설을 겪으니3-4인치의 눈은 심드렁해짐 ㅋㅋ)
치우기에도 적당(?)하면서 설경을 즐기기에도 딱 좋은 양의 눈이다.
다만 심한 바람 때문에 정전이 될까봐 두려웠다.
자고 일어났더니 제법 쌓인 눈.
바람이 심하게 불어 눈이 위에서가 아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리고 있었다.
DC 와 메릴랜드 쪽을 무차별 강타하고 있는 스노우 스톰.
아직 우리쪽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한거치고 좀 많이 내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후나 되어야 시작이라는데 아침에 벌써 이만큼이면 대체 오후엔 얼만큼이란 소리인지.
점심때 즈음 초인종 소리가 나고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동양아이가 눈을 치우겠냐고 한다.
(아...저 눈위에 난 발자국 어쩔겨 ㅡ.ㅡ 내가 처음으로 내린 눈을 밟아 본 적이 언제던가)
이제 본격적으로 눈이 온다는데 벌써 치우기 뭣해서 그냥 돌려보냈는데 이게 큰 실수였다. ㅡ.ㅡ
눈은 적당히 왔을때 한번씩 치워줘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치우러 나갔더니 이미 너무 많이 내린 눈.
큰 사이즈의 제설기가 아닌 탓에 이미 제설기의 키를 넘어 쌓여버린 눈을 치우는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 대충이라도 안해놓으면 나중에 개고생할건 뻔하기에
길길대는 제설기를 달래가며 ㅜ.ㅜ 1차 제설 작업 완료.
아....그때 벨 눌렀을때 눈치우게 하는거였는데.....후회가 밀려들었다.
힘들게 눈을 치운 뒤에 핫 코코아를 마시며 몸을 녹이는 동안 눈발이 굵어지고 일기예보가 바뀌었다.
새로이 12-25인치의 예상 적설량을 보여주니 하....올 것이 왔구나 란 생각.
전날 네가지의 기상관측 모델 중 25인치를 예상하던 모델은 너무 오차가 크다고 버리더니만 그 모델이 맞을 줄이야.
요즘 일기예보 삽질이 너무 잦아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그래도 당일날 몇시간 전에 이러는건 너무하지 않소!!!
결국 뉴욕 뉴저지는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뒤늦은 여행금지조치까지 내려졌다.
하루종일 틀어놓은 폭설 특집에서는 리포터들이 여기저기의 상황을 전하고 있고
그중 폭설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백악관의 모습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정말 무섭고 걱정되었던 건 대피령까지 내려졌던 남부 뉴저지의 바닷가 동네들.
폭설에다 보름달까지 겹쳐서 만조때 바닷물이 거리로 차오르는 모습은 정말 무서웠다.
거리에 둥둥 떠다니는 눈과 얼음조각들은 마치 알라스카에서 본 빙하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우리야 정전만 되지 말아라 걱정하는 수준이었지만.
사실 이런 자연재해는 사람들이 대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준비를 마쳐놓고 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한번 더 나가서 제설 작업 중.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눈을 치우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음날 조금이라도 덜 힘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
눈이 그친 아침. (아...저 눈에다 맥주 한캔 박아놓아야 하는데)
바람이 심했던 탓에 덱에는 생각보다 많은 눈이 쌓이지 않았다.
대신 옆집의 덱으로 우리 눈까지 바람이 실어다 쌓아준듯 두배의 눈이 쌓여있었다 ㅋㅋ
눈치우러 나가보니 이거이거 그동안 안내렸던 눈이 하루에 몰아서 내린 듯하다.
영하 7도의 날씨이지만 눈을 치우다보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과 반대로 정작 몸은 뜨거워진다.
제설기로 힘들게 (그래도 어제 저녁에 치워놓게 그나마 다행) 드라이브웨이의 눈을 걷어냈다.
드라이브웨이는 또 왜이리 긴 것인지 ㅠ.ㅠ
삽질하는 것보다는 훨씬 힘이 덜 들었지만 드라이브웨이에 눌러붙은(?) 눈은 다시금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
일년만에 잡은 눈삽이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드라이브웨이를 치운 뒤에 인도 치우기. 적어도 2피트 이상 온 것 같다.
맨하탄의 센트럴 파크가 25인치 정도이고 뉴왁공항이 28인치라고 하니 일기예보가 이 정도로 틀릴 수 있는건지 ㅡ.ㅡ
아이고 힘들어.
제설기로 이웃들을 도와주고 싶으나 옆집까지 눈 뚫고 가는 것조차 힘드니 쉽지 않다.
겨우 인도를 뚫었다.
인도 낸 집이 우리밖에 없으니 쓸데없는 짓 한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우리 할일은 했으니 잘한 일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좀더 큰 사이즈의 제설기를 사야하나 고민이 된다. ㅋㅋ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했던가.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덩어리(white sh*t) 같다 ㅡ.ㅡ
대체 이 눈들이 언제 녹을런지.
두시간 정도의 제설작업 뒤 집에 돌아와 둘다 뻣었다.
눈오는 날에 할 수 있는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스노우 엔젤 등등은 치울 눈이 없는 사람들에게나 하고픈 놀이일 뿐.
오후에 차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강렬한 햇살에 눈들이 녹아 드러나는 아스팔트 도로가 반갑다.
어느 집의 지붕에 쌓인 눈이 녹아서 밀려 내려오고 있다.
우리집은 다행히 바람이 눈을 날려준 덕분에 지붕에 쌓인 눈이 많지 않아 한시름 덜었다.
상가들이 밀집되어있는 동네는 쌓인 눈과 그 옆에 주차한 차들로 도로가 좁아졌다.
어느 동네는 상가밀집 지역의 눈들을 모두 제거해서 주차를 용이하게 해놓았던데 이 동네는 언제쯤 그래줄 것인가.
뒤늦게 경찰이 주차미터에 파킹금지 사인을 붙이고 있었다.
밤사이에 눈을 치우려고 하는걸까. 제발 그랬음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당분간 이 동네에는 주차하기 힘들어 못오게 될테니까.
동네는 쌓인 눈을 어찌할 수 없어 만신창이인데 큰 도로들은 언제 눈이 왔냐싶게 깨끗하다.
심지어 뽀송뽀송한 도로.
밤사이 도로의 눈을 치울 수 있도록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한 주지사와 시장들의 부탁이 효과가 있었나보다.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가든 스테이트 몰에서도 제설 작업이 한창이다.
주차장에서 한쪽으로 쌓아놓은 눈을을 퍼담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버리고 있다.
동네의 학교 운동장에서는 경사진 곳을 이용해 아이들의 썰매타기가 한창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 따뜻한 겨울로 인해 스키장들이 피해가 말이 아니라던데
이번 눈으로 인해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테니 잘된 일이기도 하다.
어디나 큰 도로는 다니기에 전혀 지장이 없어 좋다.
그리고 스트릿에 파킹해놓은 차들은 나갈 길을 터놓은 차들도 있고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안나갈 것처럼 방치해 놓은 차량들도 있다.
뉴욕시티 레스토랑 위크라서 레스토랑 예약도 해놨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취소 ㅜ.ㅜ
그리고 어제의 삽질에서 비롯된 쑤심 ㅡ.ㅡ 당분간은 눈이 안왔음 좋겠다.